저소득층 중심의 한국과 호주의 의료복지제도 비교
저소득층 복지의 핵심, 의료제도의 격차와 과제
저소득층이 겪는 가장 치명적인 불평등 중 하나는 바로 의료 접근성의 차이다. 질병은 소득 수준을 가리지 않지만, 치료와 예방의 기회는 분명히 소득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의료비는 갑작스럽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어, 공공의료 복지제도는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이 절실하다.
한국과 호주는 모두 국가 차원에서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그 접근 방식과 혜택 범위, 저소득층에 대한 우선 배려 정책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은 건강보험이라는 보편적 시스템을 기반으로, 호주는 Medicare를 중심으로 국민 의료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각 제도 내 세부 정책은 저소득층에게 매우 다르게 작용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과 호주의 의료복지제도를 저소득층 중심으로 비교하여 각 제도의 특징과 한계, 그리고 정책적 시사점을 살펴본다.
한국의 저소득층 대상 의료복지제도(건강보험과 의료급여의 이중구조)
한국은 ‘국민건강보험’을 전 국민에게 적용하는 단일보험 체계를 운영한다. 이 제도는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며, 병원 진료 시 일정 금액을 본인이 부담하는 구조다. 하지만 저소득층에게는 별도로 '의료급여제도'라는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이 제도는 생계급여 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에게 적용되며, 의료비 부담을 거의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즉, 건강보험이 보편적 의료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면, 의료급여는 특정 취약 계층에 대한 보호막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국의 의료급여 대상자는 매우 제한적이다. 실제로 생활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소득기준’이나 ‘재산기준’에서 아주 조금 초과되는 사람들은 의료급여 대상에서 배제된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료는 내지만 병원비는 감당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또한 의료급여 대상자라고 하더라도, 전문병원 이용에는 제약이 있고, 비급여 항목에서는 여전히 상당한 비용 부담이 따른다. 더욱이 지방 거주자의 경우, 이용 가능한 의료 인프라의 부족으로 실질적인 접근성이 낮아 의료 불평등이 구조화되고 있다.
호주의 저소득층 중심 의료복지(보편성과 선택의 자율성, Medicare 제도)
호주는 ‘Medicare’라는 공공의료 보험제도를 통해 기본적인 진료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Medicare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며,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동일한 의료 접근권을 부여한다. 특히 저소득층을 위한 ‘Bulk Billing’ 시스템은 핵심 정책 중 하나다. Bulk Billing은 의사가 정부로부터 진료비를 전액 받는 대신, 환자는 아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저소득층 환자는 진료를 받을 때 본인부담금 없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호주는 다양한 약제 지원 프로그램(PBS: Pharmaceutical Benefits Scheme)을 통해 고가의 약품까지도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수급자나 저소득층의 경우 약값 상한선이 낮게 설정되어 있어, 치료 지속성이 높다. 주목할 점은, 호주는 공공의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민간 의료와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원하면 사설 병원을 선택할 수 있으며, 정부는 민간 보험 가입자에게 세금 혜택을 부여하여 의료 선택권을 확대한다. 이는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모두에게 각자의 상황에 맞는 의료 접근 경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연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두 국가의 의료 접근성 비교
표면적으로 한국과 호주는 모두 보편적 의료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저소득층이 느끼는 의료 접근성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은 고용 기반의 건강보험 체계로 인해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 혹은 불안정 노동자들이 높은 보험료를 내면서도 병원비에 대한 부담은 줄지 않는다. 반면, 호주는 일정 소득 이하의 국민에게 자동으로 Bulk Billing 진료를 제공하고, 약값 상한제도까지 포함되어 있어 실제 체감하는 의료 비용은 매우 낮다.
또한 한국은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의료 인프라 집중 현상이 뚜렷하다. 지방의료원이나 보건소는 질병의 조기진단이나 만성질환 관리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 반면 호주는 GP(General Practitioner) 시스템을 통해 지역 기반 의료 제공이 활발하며, 시골이나 원주민 지역을 위한 모바일 헬스팀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의료 이용률'과 '질병 사망률' 등의 지표로도 확인된다. 특히 만성질환자 관리, 정신건강 서비스, 예방접종 참여율 등에서 호주는 저소득층도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받고 있는 반면, 한국은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복지의 체감도 역시 낮은 편이다.
복지국가의 미래,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정책의 진화 필요성
한국과 호주의 의료복지제도는 각각 다른 철학과 시스템을 기반으로 구축되었으며, 양국 모두 보편적 의료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실제 저소득층이 경험하는 의료 접근성과 부담 수준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호주는 소득에 따른 차별 없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특히 Bulk Billing과 약값 지원 제도는 저소득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보험료 부과의 불균형과 의료급여의 한정된 대상 범위로 인해 제도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며, 사회적 약자의 의료 접근성이 제도적으로 제약되는 현실이 있다.
앞으로 한국은 의료급여제도의 확대와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의 개편을 통해 더욱 공정하고 체감도 높은 복지를 구축해야 한다. 의료는 단순히 질병 치료만이 아니라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핵심 영역이기에, 특히 저소득층의 건강권 보장은 국가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정책이다. 호주의 사례는 한국이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모델이며, 의료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