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성평등 국가, 아이슬란드의 현주소
아이슬란드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성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에서 2009년부터 1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성평등 강국이다. 2024년 발표에서도 아이슬란드는 점수 0.881로 1위를 지켰다. 남녀 소득 격차는 평균 9% 수준까지 좁혀졌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약 86%에 달한다. 이는 성평등이 단지 법률상의 선언을 넘어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에 내재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정치 부문에서 여성 대표성은 매우 두드러진다. 전체 국회의원 중 약 47%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OECD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약 19%에 그치고 있는 현실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1975년 아이슬란드 전역에서 벌어진 여성 총파업이 있다. 여성들은 단 하루 동안 직장과 가사, 육아에서 손을 떼며 국가 기능이 마비될 정도의 충격을 줬다. 이는 사회 전반의 성인지 감수성과 젠더 정의를 일깨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지금의 성평등 제도는 이러한 집단적 저항의 유산 위에 세워진 결과다.
여성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 정책
아이슬란드 복지 제도는 여성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보편적 복지를 기반으로 한 교육, 의료, 보육 시스템은 여성이 사회와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든든한 기반을 제공한다. 부모휴가 제도(Parental Leave)는 부모 모두에게 각각 6개월씩의 유급 휴가를 제공하며, 그 중 3개월은 양도할 수 없는 ‘전용 할당제’다. 이 제도는 여성만이 육아를 책임지는 기존 구조를 허물고, 남성의 육아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보육 서비스 또한 전국적으로 질 높고 접근성이 뛰어나며, 대부분 공공기관에서 제공된다. 이로 인해 여성들은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을 덜고 경력 단절 없이 사회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실제로 아이슬란드 여성의 고용률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하며, 특히 고학력 여성의 고용 지속률이 높다. 이러한 점은 단순한 복지 혜택을 넘어, 여성의 삶을 능동적으로 만드는 조건이기도 하다. 복지는 여성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강력한 도구임을 보여준다.
아이슬란드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경제활동 참여를 복지 제도 전반에서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고용시장에서는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인프라, 국공립 보육 시설의 완전 보장 등 실질적 제도가 구축되어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23년 기준 82%로 OECD 평균 66%를 크게 웃돌며, 육아 후 1년 이내 복귀율은 90%를 넘는다. 보육정책 측면에서도 생후 12개월부터 유아교육기관 등록이 가능하며, 비용의 85%는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저소득층 가구를 위해 추가적인 보조금도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체계는 여성의 고등교육 진학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 72%에 달한다. 무엇보다 여성의 직업 선택에서 출산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출산 전후 고용보장법’이 철저히 적용되며, 직장 내 성차별 감시 기구도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자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필수 인프라로 작용하고 있다.
구분 | 아이슬란드(%) | OECD 평균(%) |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 82% | 66% |
여성 고등교육 진학률 | 72% | 58% |
성별 임금격차 | 4.3% | 12.9% |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육아 분담의 제도화
아이슬란드는 2018년 세계 최초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인증제(Equal Pay Certification)를 시행한 국가다. 이 법은 모든 기업에 대해 성별에 따라 차별 없는 임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정부가 직접 점검하도록 의무화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한 기업은 벌금을 부과받는다. 결과적으로 고용 시장에서의 성차별 구조가 해체되고, 여성의 경제적 자립 기반이 강화됐다.
이 제도의 실행은 단지 임금 평등을 넘어서 기업 문화를 바꾸는 데 기여했다. 인사 시스템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개선되었고, 여성의 승진과 임금 협상 과정에서 객관적 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80% 이상으로, 남성 또한 양육에 참여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아직 20%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제도의 효과는 실질적이다.
결과적으로 아이슬란드는 ‘돌봄은 여성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을 사회 전반에서 해체하며, 평등한 가족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이는 단지 성평등의 문제를 넘어, 가족 전체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핵심적 제도다.
한국이 배워야 할 시사점과 미래 방향
아이슬란드의 성평등 정책은 단지 여성 권리 신장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는 국가 경쟁력 강화, 인구문제 해결, 사회 통합이라는 다양한 차원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여전히 성별 임금 격차, 낮은 여성 고용률, 남성 중심 문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이제 아이슬란드처럼 구조적이고 실효성 있는 젠더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정책과 성평등 인식 교육의 체계화가 시급하다. 또한, ‘성인지 예산’과 같은 도구를 적극 활용하여 정책 설계 전 과정에 젠더 감수성을 반영해야 한다. 공공기관과 기업 모두 성평등 인증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이 ‘여성도 살기 좋은 나라’로 인정받기 위해선 더는 선언적 담론에 머물러선 안 된다.
아이슬란드는 평등이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의 기초임을 실증한 국가다. 한국이 아이슬란드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실효성 있는 젠더 정책을 수립하고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낸다면, 여성의 삶의 질은 물론, 국민 전체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면..
아이슬란드는 세계경제포럼 성 격차 지수에서 13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성평등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나라의 핵심 정책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인증제, 부모휴가 전용제, 보편적 보육 서비스 등 여성의 사회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복지 시스템에 있다. 남녀 소득격차는 약 9%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80%를 넘는다. 아이슬란드의 성평등은 단지 이상이 아닌 제도로 실현되고 있으며, 여성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전체 사회의 경제 성장과 복지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국은 성평등과 관련된 법·제도, 기업 문화, 사회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아이슬란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구조적인 젠더 정책과 실효성 있는 복지 시스템이 결합될 때 비로소 삶의 질이 바뀌는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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