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 국가 몽골, 복지 정책의 구조적 도전
몽골은 전체 인구 중 약 30% 이상이 유목 생활을 유지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유목 중심 국가다. 수도인 울란바토르 외에도 전국에 흩어져 있는 300여 개의 ‘수목(Soum)’ 단위 지역에서 전통적인 게르 생활을 유지하며 유목민이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계절에 따라 거주지를 옮기며 가축을 방목하는데, 이 특성은 기존 복지 시스템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정책 접근을 요구한다.
몽골 정부는 1990년대 시장경제 전환 이후 공공복지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도입했지만, 정착 인구 중심의 행정 시스템으로 인해 유목민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웠다. 특히 의료, 교육, 연금과 같은 기초 복지는 이동성이 강한 생활 방식과 충돌하며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지구 온난화와 ‘주드(zud)’라 불리는 기상이변으로 가축 손실이 빈번해지면서 유목민의 생계 기반이 크게 흔들렸다. 이에 따라 몽골 정부는 기존 복지 제도를 유목민 중심으로 개편하는 과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유목이라는 삶의 방식과 복지의 제도적 통합을 의미한다.
몽골 인구의 유목 생활 유지 비율 변화
연도 | 전체 인구 대비 유목민 비율 |
2000 | 약 38% |
2010 | 약 33% |
2020 | 약 30% |
2024 | 약 28% (추정) |
유목민을 위한 맞춤형 복지 프로그램 현황
몽골 정부는 유목민을 위한 복지를 ‘찾아가는 서비스’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다. 행정, 보건,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거주지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접근을 기본 원칙으로 설정했다. 이로 인해 아래와 같은 구체적 프로그램이 실행 중이다.
실제 수혜자 사례 3가지
1. 초원에서 진료 받는 고혈압 환자
다르항 지역에 거주하는 58세 유목민 남성 토그토흐 씨는 고혈압 증세가 있음에도 수년간 검진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부터 이동형 의료팀이 2주에 한 번씩 방문해 혈압·혈당 측정 및 약 처방을 해주며, 현재 건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2. 위성 학습으로 고등학교 진학
고비 알타이 지역의 14세 소녀 에르덴체첵은 ‘디지털 교육 패키지’를 통해 태블릿으로 원격수업을 들었다. 그는 온라인 평가를 통과해 울란바토르의 과학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이후 장학금까지 받았다.
3. 연금 수급 사각지대 해소
자브항 지역의 67세 여성 유목민은 과거엔 행정 접근이 어려워 연금을 신청하지 못했다. GerERP 앱을 통해 생체 등록 후 지문 인식만으로 연금 자동 수급이 가능해졌으며, 매월 280,000 투그릭(약 11만원)의 수당을 수령 중이다.
이동형·디지털 거주지 복지 시스템의 진화
몽골 유목민 복지정책의 핵심은 ‘정주지 중심’이 아닌 ‘이동 중심’ 정책 설계다. 행정 서비스 역시 거주지 등록지 기준이 아닌, 생체 정보·모바일 인증 기반의 유동 주소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목민이 거주지를 바꾸더라도 복지 수급에 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예컨대 유목민이 봄에는 동부로, 겨울에는 남부로 이동하더라도, 모바일 앱으로 실시간 위치를 등록하면 가장 가까운 진료소나 사회복지 담당자가 자동으로 연계된다. 이동식 생체 등록 장비(이리디움 기반 스캐너)를 통해 의료기록, 연금 납부, 자녀 교육 이력까지 연동되어 관리된다.
이처럼 복지 시스템이 장소가 아닌 ‘개인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디지털 인프라의 확장 덕분이다. 최근에는 AI 기반 위기 예측 시스템이 도입되어, 특정 지역에 주드(zud) 발생 가능성이 감지되면 해당 지역의 유목민에게 조기 지원 또는 대피 유도 알림이 자동 발송된다.
또한 몽골 정부는 한국의 건강보험관리공단과 MOU를 체결하고, 원격의료 및 사회보험 데이터 시스템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형 복지 인프라의 유연한 해외 적용 사례로도 평가받고 있다.
디지털 복지 시스템 이용 절차
아래는 유목민이 실제로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 따라야 하는 디지털 기반 이용 절차를 시각적으로 정리했다.
1) 대상자 등록
- e-Kasih 또는 지역 사회복지 담당자 통해 유목민 등록
- 지문/홍채 스캔 또는 모바일 주민정보 연동
2) 디지털 기기 설정
- 국가에서 지급하는 태블릿/스마트폰 또는 개인 기기 사용
- GerERP 앱 설치 후 인증 완료
3) 거주지 위치 연동
- 현재 위치(게르 위치) 등록 → 위성 지도 기반 자동 확인
- 위치 기반 복지팀 자동 배정 및 방문 일정 수신
4) 복지 이용
복지 항목 | 이용 방법 |
진료 예약 | 앱으로 신청 → 의료팀 방문일 안내 수신 |
연금 수령 | 자동 수급 → 월별 계좌 입금 또는 현장 지급 선택 |
보육 수당 | 출생등록 후 자동 지급 (신청 불필요) |
교육 콘텐츠 | LTE 태블릿을 통한 원격 수업 참여 |
5) 사후관리
- 건강검진 기록, 진료 이력, 수급 이력 등 자동 저장
- 월 1회 이상 알림으로 혜택 유지 상태 점검
이러한 프로세스는 기존의 고정 주소 기반 행정 시스템을 완전히 뒤집은 사례다. 행정이 유목민을 ‘찾아가고’, 디지털 기술이 정책의 기반이 되는 구조로 자리잡았다.
기후위기 시대, 떠도는 삶과 고정된 복지의 연결
몽골 유목민 복지정책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삶의 방식 자체를 존중하는 복지’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유목민은 단지 불편한 사람이나 낙후 계층이 아니다. 그들은 몽골의 역사와 생태를 유지하는 핵심 공동체이며, 이들의 삶을 유지시키는 것은 문화적 지속가능성 확보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기후위기와 환경 재난이 전 세계적 문제로 확산되는 현시점에서, 고정된 주소와 도심 기반 인프라에 의존한 복지모델은 빠르게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 역시 점점 더 증가하는 반정착형 고령자, 산간 벽지 주민, 노마드 워커 등의 출현에 따라 ‘이동하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 모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몽골의 접근은 단순히 '찾아가는 복지'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이동과 보장을 연결한 통합 모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이는 향후 국제개발협력, ESG 경영, 기후난민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 참고될 수 있다.
몽골의 유목민 복지정책은 ‘고정된 거주지’라는 전제에 묶이지 않는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사람을 따라가는 복지,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행정, 문화와 환경을 고려한 복지 철학이 글로벌 복지 모델의 혁신 사례로 주목받을 만하다.
요약하면..
몽골은 광활한 초원에서 살아가는 유목민들을 위해 거주지에 구애 받지 않는 복지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동형 의료팀, 디지털 연금 시스템, 원격 교육 등 다양한 맞춤형 복지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기후위기와 환경 재난 속 유목민 보호를 위한 핵심 전략이다. 몽골식 복지의 진화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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