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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복지 개혁, 구소련식 체계에서 디지털 복지로

구소련식 복지에서 디지털 복지로의 전환 배경 조지아는 구소련 붕괴 이후, 국가 경제와 사회 구조 전반이 무너진 상태에서 복지제도를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소련 시절 복지는 국가 주도의 배급형 구조로 운영됐으며, 의료·교육·연금이 모두 중앙계획경제의 틀 안에서 제공됐다. 그러나 1991년 독립 이후, 국가 재정난과 행정 비효율성, 부패 문제가 맞물리면서 복지 체계는 사실상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 당시에는 사회보장 신청을 위해 종이 서류를 들고 관공서를 직접 방문해야 했고, 심사 기간이 수개월에 달했으며, 농촌·산간지역 주민은 행정센터까지 수십 km를 이동해야 했다. 2004년부터 조지아 정부는 본격적으로 ‘전자정부(e-Government)’ 도입을 추진했다. 초기 목표는 행정 투명성 강화와 ..

태국 30바트 건강보험, 누구나 병원 진료 가능한 비결

제도 도입 배경과 역사 태국 30바트 건강보험(UCS, Universal Coverage Scheme)은 2001년 4월,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 정부가 전격적으로 도입한 보건 복지 정책이다. 이 제도의 출발점은 당시 태국 사회가 안고 있던 뿌리 깊은 의료 불평등 문제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태국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농촌·도서지역 주민은 병원 진료를 받으려면 하루 이상을 이동해야 했다. 진료비 부담은 또 다른 장벽이었다. 저소득층 환자들은 치료비 마련을 위해 가축이나 토지를 팔아야 했고, 일부는 병원을 포기하고 민간 약초치료에 의존했다. 태국 정부는 이를 국가 발전의 장애 요소로 판단했다. 의료비 때문에 노동력 손실이 발생하고, 예..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이 현실인 나라, 스리랑카 파헤치기

스리랑카 복지 제도의 역사와 도입 배경 스리랑카는 남아시아에서 보기 드물게 전 국민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을 동시에 실현한 복지국가다. 이 두 제도는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국가 발전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1945년: 보편적 무상 교육 정책 시행. 당시 교육 기회가 도시와 상류층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정부는 모든 어린이가 거주지나 가정 형편에 상관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법제화했다.1951년: 전국민 무상 의료 제도 도입. 농촌·산간·어촌 지역까지 무료 진료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정부는 공공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두 정책은 영국 복지국가 모델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스리랑카 특유의 공동체 문화와 결합해 더 강력하게 정착했다. 당시 정치 지도자들은 교육과 보건을 단순한 서비스가 ..

인도네시아 KIS 건강 카드, 1억 명의 의료 복지 안전망

KIS 건강 카드란 무엇인가 인도네시아의 Kartu Indonesia Sehat(KIS)는 국가 건강보험 제도(JKN: Jaminan Kesehatan Nasional)의 핵심 수단으로, 전국민에게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2014년 조코 위도도 대통령 취임 이후 본격 도입됐다. 이 제도는 기존의 BPJS Kesehatan(국민건강보험 기관)과 연계되어 운영되며, 특히 저소득층과 사회적 취약계층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2022년 기준, 가입자 수는 1억 명 이상,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 혜택을 받고 있다. KIS 소지자는 전국의 1급 보건소(Puskesmas), 지정 병원, 일부 사립 병원에서 무료 또는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와 약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응급 상황에서는 거주 ..

필리핀 ‘4Ps’ 조건부 현금 지원 정책, 빈곤 탈출의 희망 될까?

필리핀의 대표 빈곤 퇴치 프로그램 ‘4Ps’ 정책 필리핀의 Pantawid Pamilyang Pilipino Program(4Ps)는 2008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2011년 전면 확대된 국가 빈곤 퇴치 핵심 정책이다. ‘조건부 현금 지원(Conditional Cash Transfer, CCT)’ 형태로, 0~18세 아동이 있는 최극빈층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핵심 목적은 단순 생계 보조가 아니라, 교육·보건·영양 투자를 통한 빈곤의 대물림 차단이다. 지원은 무조건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가구는 아동의 학교 출석률(월 85%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정기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을 이행해야 한다. 임산부의 경우 산전·산후 진료를 반드시 받아야 하며, 영유아는 성장 모니터링과 영양 상담을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한..

방글라데시 여성복지 혁신, 마이크로크레딧이 바꾼 삶

마이크로크레딧의 탄생과 방글라데시의 여성복지 혁신 방글라데시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1970~80년대에는 자연재해와 정치적 불안정, 구조적 빈곤이 심각하여 여성은 경제활동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바로 이런 환경에서 탄생한 것이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 제도다. 이 제도는 무담보 소액대출을 통해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된 빈곤층, 특히 여성에게 창업 자금·생활 자금을 제공한다. 창시자인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교수는 1976년 방글라데시 촌락에서 27달러를 42명에게 빌려준 실험을 시작했고, 이를 제도화한 것이 바로 그라민 행(Grameen Bank)이다. 당시 은행은 여성 단독 대출을 거의 승인하지 않았고, 남성 대..

몽골의 유목민 복지 정책, 거주지와 무관한 맞춤형 지원

유목 국가 몽골, 복지 정책의 구조적 도전 몽골은 전체 인구 중 약 30% 이상이 유목 생활을 유지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유목 중심 국가다. 수도인 울란바토르 외에도 전국에 흩어져 있는 300여 개의 ‘수목(Soum)’ 단위 지역에서 전통적인 게르 생활을 유지하며 유목민이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계절에 따라 거주지를 옮기며 가축을 방목하는데, 이 특성은 기존 복지 시스템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정책 접근을 요구한다. 몽골 정부는 1990년대 시장경제 전환 이후 공공복지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도입했지만, 정착 인구 중심의 행정 시스템으로 인해 유목민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웠다. 특히 의료, 교육, 연금과 같은 기초 복지는 이동성이 강한 생활 방식과 충돌하며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또한 최근 몇 년..

말레이시아의 범국민 의료 카드 제도, B40층을 위한 복지 해법

말레이시아 의료 카드 제도의 도입 배경과 목적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빠르게 복지 국가로 전환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특히 2019년 이후 ‘국민 복지 및 포용 정책(National Policy on Social Inclusion and Poverty Eradication)’을 기반으로, 저소득층(B40층)을 위한 사회보장 체계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범국민 의료 카드 제도(PeKa B40, Skim Peduli Kesihatan)’이다. 이 제도는 말 그대로 국가가 B40층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질병 조기 진단, 보조 의료기기 지원, 병원 진료비 일부 또는 전액을 지원하는 공공의료 복지정책이다. 말레이시아 국민은 원칙적으로 공공병원에서 매우 저렴한 가격(외래 ..

베트남 사회 보험 개혁, 급변하는 복지 국가로의 전환

베트남 사회 보험 개혁 배경과 핵심 내용 베트남 정부는 2025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사회 보험법 개정안(41/2024/QH15)을 통해 사회 보험 제도의 근본적 개편에 나선다. 이는 베트남이 기존의 저개발 노동중심 경제에서 복지 국가적 기반을 갖춘 중진국으로 전환하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노동자 보호와 사회보장 강화라는 정책 방향 속에서 사회 보험 제도의 의무가입 대상이 대폭 확대되며, 동시에 새로운 사회 연금 수당 제도가 도입된다. 기존 사회 보험법은 공무원과 일부 민간 근로자에만 적용되었으나, 개정법은 비공식 경제 부문 종사자, 프리랜서, 계약직 등 다양한 노동 유형을 포괄하며, 실제 사회 보험 가입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 보험료 체납에 대한 제재도 한층 강화되며, 고..

다자녀 가정을 위한 카자흐스탄의 출산 복지 전략

카자흐스탄 출산 장려 정책의 배경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해온 국가였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합계출산율 3.0명을 상회했으며, 이는 주변국뿐 아니라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0년 이후에는 출산율이 점차 하락하기 시작했고, 특히 도시화, 여성의 고등교육 확대, 고용 구조 변화 등이 출산 기피 현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카자흐스탄 정부는 출산율 감소가 경제 성장 잠재력 감소, 노동력 부족, 세대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출산 장려 및 다자녀 가정 복지 확대 정책을 실행하게 되었다. 특히 2023년 이후 발표된 출산 정책은 단순 현금 지원을 넘어서 주택, 교육, 의료, 연금과 연계되는 통합 출산 복..